교육의 변화와 입시의 방향을 읽어라
더글러스 러머스,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정의'란 정치 용어입니다. 빈부의 차이는 경제활동으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빈부격차를 고치려면 정치활동, 즉 의논하고 정책을 결정해 그것을 없앨 수 있는 사회나 경제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입시'라는 단어도 어떻게 보면 정치 용어입니다. 이전의 방식으로 기득권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쉽게 바꾸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격동의 산업화 시대를 거쳐오면서 우리는 잘 외우고,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우수한 인재라고 여겨 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중간,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맞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내용이 많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시험을 잘 보면 인재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이런 방식의 입시 제도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치 활동이 필요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논하고 정책으로 결정해야 개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바꾸려하지 못합니다. 기존의 방식은 돈으로 해결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투자해서, 남들보다 좋은 사교육을 받으면, 좋은 성적은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새롭게 도래할 미래는 창의와 창조를 외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과 창조적인 도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 인재라는 사실은 전 세계가 공감한지 오랜 이야기입니다. 최근 교육은 미래사회를 향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 최근 교육의 변화 방향
-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인한 진로 교육 강화
-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교육과정 도입
- 대입 수시 전형 일반화
- 고교 평준화 확대
- 서술형 평가 확대 및 쉬운 대입 수학능력 시험
- 영어 절대 평가제 도입
- 인성교육 강화
- 혁신학교 중심의 학교 및 수업 혁신 확대
핵심역량, 인성 등 학생 개인의 역량에 집중하고, 서술형 평가, 성취평가 등을 도입하여 학생 개개인의 성취와 성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진로교육이 강화되고 대입 수시 전형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어 성적의 변별력과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대입 수학능력 시험을 쉽게 출제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들이 사교육보다는 학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변화의 방향을 잘 읽고 준비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운영하는 '이공계 진로진학 정보 밴드'에 수시 합격 사례를 올린 한 분이 있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분이었는데요. 학원 홍보 차원에서 입시 정보를 올린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어디에서 많이 본 정보였습니다. 제가 가진 자료와 비교해 보니, 경기도 진로진학지원센터에서 공개한 정보를 편집해 놓은 것이더군요. 그 분은 거기에 학원 이름을 넣어 마치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나온 정보인 것처럼 둔갑시켜 놓았습니다. 우리 밴드 회원들 다수도 좋은 정보라며 호응을 했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워낙 지금 대학 입시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러니 이런 왜곡된 정보에도 귀가 열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복잡한 입시는 고액의 입시 컨설팅 사교육을 유발하였으며, 너도 나도 '입시 전문가'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 대부분이 명문대에만 집중되어 있고, 우수한 학생의 사례들만 제공된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들은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을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합격 컷트라인을 공개하는 대학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공개된 정보들도 평균 점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합격 컷트라인 점수는 좀처럼 알기가 어렵습니다. 대학의 명예, 학생 지원률에 관계된 민감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가급적 감추고싶어 합니다. 그러니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 정보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정시 중심의 입시에서는 1~2점이 당락을 가르고, 대학 배치표를 참고하여 입시 전략을 짜는 일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시 입시가 생겨나고,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입학사정관 전형)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보다 다양한 입시 방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몇 년동안 수시 입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그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대학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수시로 학생을 뽑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보다 먼저 좋은 학생을 확보하는 것은 대학의 운명과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대가 바뀌어 한 명의 인재를 잘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 뽑은 학생 한 명이 주커버그나 머스크가 된다면, 대학은 그 순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그런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앞으로 수시 입시 비중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 인재,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를 뽑는 쪽으로 대학들이 경쟁하게 된다면, 분명이 수시 비중은 높아질 수 밖게 없겠지요. 서강대학교가 2016년도 수시 입시에서 수능 성적 최저기준을 없앤다고 하더군요. 이에 맞추어 몇몇 대학들도 같은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수능 시험이 쉬워지고 자격고사화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는 이런 분위기를 미리 읽고, 자신들의 방법으로 잠재력 높은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과거 수능 시험 1~2점을 높여서 대학을 잘가겠다는 생각은 점점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수시가 높아지는 만큼 진짜 내면의 실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고교 생활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해 학과 공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독서, 다양한 경험, 특히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과 학생회 활동 등에 진지하게 몰입하면서 내면의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을 보면, 과학탐구 영역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수능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선택과목을 결정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학과와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를 보고 선택과목을 결정해야 합니다. 생명 분야의 진로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생명과학을 선택해야 합니다. 원자력 분야의 진로를 선택한다면, 물리와 화학을 꼭 선택해야 합니다. 원하는 학과에 맞추어 학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학 입학 이후에 남들보다 빨리 학과 공부에 적응할 수 있다면, 남보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으며, 직업을 선택하는데도 앞서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수능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여, 우선 대학부터 합격하고 보자는 생각은 큰 오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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