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는 과학실/과학기술 진로 이야기

3-3. 공부에 경험을 더해라

by 오랑쥐 2021. 5. 5.

Part.3 이공계 인재가 되는 법

  3-3. 공부에 경험을 더해라

 

우리는 공부하는 데에, 참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것을 투자하면서도, 그런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잘 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얻은 것에 비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등 이런 문제는 놓치지 말아야할 고민들입니다.

 

양과 질의 문제는 항상 좋은 판단 기준이 됩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질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양과 질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양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면, 오히려 타성에 젖게 되거나 고정관념에 갇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입식, 암기식 방법은 더욱 그렇습니다. 학교에서도 주입식, 학원에서도 주입식, 이런 방법에 오래 노출된 학생이라면 질문은 적어지고, 비판적인 의식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경험의 질적 수준까지도 점검해봐야 합니다. 내가 하는 경험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얼마나 흥미로운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고민을 거듭하면서 점검해야 나가야 합니다. 물론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것을 빠른 시간에 이해하는데에는 더없이 효율적인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비판적인 사고가 없는 상태로 계속 받아들이게 될 경우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공부는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입니다. 다른 사람이 주도하는 주입식, 암기식 방법에서 학생은 받아들이는 피동적인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입식 방법은 효율성과 신속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옳은 정답을 중요하게 여기고, 정답에만 초점을 두어 배우게 됩니다. 또한 주어진 시간에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머리에 집어넣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충분한 사고과정은 생략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큰 관심 사항이 아닙니다.

 

공부는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동안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것에서 흥미를 느꼈는지, 어떤 부분에서 몰입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게 되었는지 등 공부 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생각은 사고 능력을 키워주고, 뇌를 발달시킵니다.

 

세상에 경험할 것들은 정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이 개방적입니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늘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스스로 경험할 것을 잘 고르지 못합니다. 답이 없고 개방적인 경우에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를 겪게 됩니다.

 

교실에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닙니다. 몸을 움직이면서, 체험하면서 겪는 것들 속에 공부할 것들이 더 많이 숨어 있습니다. 앉아서 남이 하는 말을 받아 적고 듣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은 훨씬 많습니다. 그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을 뿐이죠.

 

만약 내가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발굴할 수 있다면, 남극을 탐험할 수 있다면, 탈북 청소년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천체 망원경을 직접 조작하고 원하는 별을 찾아볼 수 있다면, 이러한 경험은 큰 생각과 가치를 만들고, 스스로에게 꿈과 목표를 심어 줍니다. 이런 경험들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것으로써, 자신에게 남과 다른 특별함을 더해 줍니다.

 

필자는 2015년 1월, 윌리엄&메리 대학의 영재교육센터 견학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입국 심사를 받는 내내 입국 심사원이 말하는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들었습니다. 중학교부터 7년 동안이나 영어를 배웠는데, 거의 알아듣지도 표현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함께 간 30명의 중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있었던 일이라, 제 자신이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저는 영어 공부를 곧바로 시작했습니다. 1년간 꾸준히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경험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고, 또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큰 경험은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기능합니다.

 

윌리엄-메리 대학교(미국)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부는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내면화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지금 배우는 것이 왜 가치가 있는지, 어떤 쓸모가 있는지, 왜 공부하는지 등 이런 생각을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훌륭한 공부가 됩니다. 그저 '학교-학원-집-학교-학원-집...'을 오가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각은 좀처럼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서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했을 때, 공부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것에 더 격렬하게 작동합니다. 새로운 상황을 맞은 우리의 뇌세포는 적응하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결국 새로운 경험은 뇌의 창조적인 활동을 이끌어 냅니다. 내가 경험한 것과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 사이에 연결이 일어나고, 창의적인 사고가 탄생하게 됩니다.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면, 새로운 것을 만나고 발견하게 됩니다. 새로운 꽃과 관충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이 순간 뇌는 긴장을 하고, 더 활발한 사고를 창조해 냅니다.

 

인간의 뇌

이공계 인재가 되고자 한다면, 연구대상이 되는 자연과 사물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자연과 사물을 직접 조작해 보고, 관련된 실험 기구를 다루어보는 경험은 지식과 사고를 구체적으로 연결시켜 줍니다. 다양한 감각 기관을 사용하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공감각을 활용한 경험은 우리 뇌에 오래 기억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균형있게 발달시킵니다. 미래 인재에게 총체적인 감각의 발달은 큰 잠재 가능성이 되고 창의성의 원천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