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이공계 인재가 되는 법
3-8. 토의와 토론으로 의사소통능력을 키워라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갑자기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줍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 기자들은 아무도 질문하려고 손을 들지 않는 겁니다. 순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당황했습니다. 통역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통역을 부탁했고, 다시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해도 되냐면서 한 중국 기자가 일어섰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에게 준 기회라며 바로 거절을 합니다. 그래도 중국 기자는 당돌하게 다시 말을 이어 갑니다. 내가 질문해도 되는지 한국 기자들에게 물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기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중국 기자는 질문 기회를 차지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원하는 질문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 ‘왜 우리는 대학을 가는가 5부’를 통해서 소개되었던 내용인데요. 우리나라 교육의 부족한 면을 콕 찝어주는 아픈 일인 것 같습니다. 왜 우리 기자들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걸까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기자들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특종의 기회를 놓쳐버린 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강의식,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 이런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성적을 잘 맞기 위해 늘 정답을 찾는데 집중을 해왔고, 또 우리는 가르쳐주는 사람의 말을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부를 해왔습니다.
시험과 선발 중심의 사고를 가진 우리나라 교육은 신속함과 효율을 중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암기식, 주입식, 강의식 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나름의 다양한 수업 방식이 도입이 되고 있지만, 대입수학능력시험과 바로 직결되는 고등학교에서는 그 변화가 느린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정답이 있는 시험에서만 잘 통합니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문제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대체로 에 개방적인 질문에도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정답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틀리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도 말이죠.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셰흐트만 교수(이스라엘 공과대학)는 국내에서 개최된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달라도 괜찮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도 좋습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복종이나 순종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비판하기도 했지요. 세흐트만 교수는 자유로운 토의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가장 훌륭한 교육 방법이라고도 말합니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한국이 짧은 기간에 국가 발전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선진국과 벌어져 있는 과학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외워야했습니다. 공장 노동자를 예로들면, 제품을 생산라인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은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창의성이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일에 능숙해져서 작업능률이 좋아지고 빨라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는 다릅니다. 20~30년 후를 내다보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수업을 받은 학생은 반드시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직업과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IT 환경에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는 더욱 그 속도가 빠를 것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IT, 화학 등 그동안 경제를 이끌었던 분야는 서서히 약해지고, 선진국 형태의 산업 구조로 변해갈 것입니다. 기존에 없는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하는 도전을 맞이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일은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도의 상상력과 도전정신이 필요한 것이지요. 답이 없는 일에 자꾸 답을 찾으려고 하면 곤란해집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개개인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생각은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단순히 ‘지금 교육이 잘못됐으니까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고정관념에 갇혀서 전혀 새로운 도전을 해보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계속 그렇게 지속한다면, 당장 시험 성적을 잘 받고,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격변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이 무너지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지요. 이제는 미래에 통할 진짜 중요한 경쟁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이 받고 있는 교육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으로 바른 선택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정 교육에서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 토의와 토론 교육입니다. '토의'는 같은 목표를 향해 의견을 모아가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과정이라면, '토론'은 대립되는 의견에 대해 설득과 협상을 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토의, 토론 교육은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무조건 '안돼!'라고 말하기 전에 충분한 토론을 통해 협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고, 근거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정답은 있으니, 무조건 교사와 부모의 말만 따르라는 방식은 좋지 못합니다. 가정에서의 대화는 늘 토의와 토론이 되어야 합니다.
비록 학생들은 어리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을 보는 폭과 시야가 좁기 때문에 어른에게서 배워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의 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충분히 생각을 들어주고 타협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습관이 되어있지 않으면, 사춘기를 극심하게 겪을 뿐만 아니라, 정말 중요한 순간에 부모와 생각이 충돌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의견에 경청해야 하며, 늘 존중해주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고를 때도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토의, 토론이나 설득의 과정은 생략하고, 무조건 주입하거나 강의 중심의 교육은 절대로 좋은 수업 방법이 아닙니다. 개개인이 얼마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 발표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프로그램의 운영철학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상호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수학, 과학, 기술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에도 토의와 토론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천재가 혼자서 뛰어난 업적을 창조하는 시대가 결코 아닙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학회와 같은 단체를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연구문제도 매우 복잡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구글이 IT를 넘어서 자동차, 로봇,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 기업간의 사업 영역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제품, 서비스, 연구문제 등도 분야간 융합을 통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토의와 토론을 자주 경험해야 하며, 글을 쓰고 발표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합니다.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줄 아는 능력은 이공계 인재에게 차별화된 완벽함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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