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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과학실/과학기술 진로 이야기

3-10. 영재가 아닌 '창재'가 되어라

by 오랑쥐 2021. 5. 9.

Part.3 이공계 인재가 되는 법

  3-10. 영재가 아닌 '창재'가 되어라

 

A. J. 토인비, [역사의 연구]

한 시대의 변화를 충족하는 아이디어와 방법은 창조적 소수로부터 온다. 이런 이들에 의해 발전되어온 이상과 방법은 다수에 의해 복제되어 널리 퍼진다. 그런데 한 번 성공한 이 창조적 소수들은 자신들이 성공한 방법을 모든 곳에 다 통하는 절대적 진리인양 착각하게 된다.

 

토인비의 말에서처럼 성공한 창조적 소수들도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성취에 도취한 나머지 자신들의 진리가 절대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모습의 단면은 우리 나라 영재교육에서 나타납니다.

 

우리 나라 영재교육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영재교육대상자는 가파르게 증가했지요. 영재학교, 과학고, 대학부설 및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 영재학급 등을 통한 영재교육 수혜자는 2014년 한 해 11만 8000명에 달합니다. 2003년에 비해 6배가 증가한 수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연 우리 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영재가 있었나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필자도 2008년부터 영재교육을 담당해오고 있지만, 저와 같이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들은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을 모두 '영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에 '영재교육 대상자'라고 부르고 있지요. 영재교육법은 '영재'도 교육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발상을 전제로 합니다. 영재교육 대상자라고 해서 모두 영재는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재교육을 통해 학생의 잠재된 역량을 깨워주어 영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영재교육의 목적입니다.

 

'영재'라는 말은 부모의 마음을 선동하고 자극하기에 참 좋은 단어입니다. '내 아이 영재입니다.'라는 말은 부모 사이에 경쟁을 유발하는 말이 되어버린 것지요. 각종 학원과 입시컨설팅 업체도 '영재'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으며, 영재가 되는 노하우를 팔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재교육법이 사교육 시장을 더 팽창하고 진화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재교육원을 합격하면, 정마로 '영재'라는 것은 확인받는 것일까요? 물론 다른 학생에 비해 영재적 자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영재교육 대상자가 모두 영재인 것은 아닙니다. 영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평가도구에 잘 적응한 아이들이 영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발 시험 문제에 잘 적응하고, 시험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이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는 것에는 큰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설발 중심, 지식 중심의 평가로는 진짜 숨어있는 영재를 잘 발굴하지 못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교사의 교육관과 안목에 따라 제대로 발굴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듭니다. 학교마다 영재교육 대상자를 늘리는 것이 좋은 실적이 되기 때문에, 선발과정에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되기도 합니다.

 

참고 이미지

 

필자는 개인적으로 주변에 흔한 영재 대신에 창재가 될 것을 권해드립니다. 창재는 영재보다 한 단계 높은 학생을 말합니다.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간에 남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가 얼마든지 될 수 있습니다. 영재교육에서 받는 수업이 학교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고 특별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입시를 위한 스펙을 쌓는 수준에서 멈춘다면 자칫 잘못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영재'라는 지나친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히려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학생들을 많이 목격해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영재교육 대상자들 중에 진짜 영재 같아 보이는 학생은 1%도 되지 않습니다. 과거 7년간 목격한 200여명의 아이들 중에 '영재'로 보이는 학생은 딱 2명에 불과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흔한 영재들과 달리 창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왜 그들은 영재를 뛰어넘어 창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시죠?

 

창재는 영재와 다른 뛰어난 면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S중학교 근무 시절 만났던 창재는 폭넓은 분야에 풍부한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학 분야 영재교육 대상자였지만, 과학, 수학을 포함하여 인문, 사회, 역사, 철학, 경제 등 다양하고 풍부한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재교육원 수업을 할 때면, 남들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였으며, 지식을 가공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자기주도능력이 뛰어났습니다. 함께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거의 대부분을 직접 공부하고 리드하면서 주도해나갔습니다. 모를 때는 우선 책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만 교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존감도 매우 높았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가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영재교육원 학생들은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들입니다. 90%의 학생들이 부모가 시켜서 영재교육을 받게 되었으며, 스스로 목표를 가졌거나 필요를 느낀 학생은 많지 않았습니다. 목적 의식없이 선발 시험을 잘 봐서, 그냥 자리만 채우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영재를 뛰어넘는 창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선 창재가 되기 위해서는 꿈과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야할 길이 분명하며, 왜 내가 지금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창재는 부모에 이끌려 다니지 않으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창재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남보다 어린 나이에 책과 친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책을 보는 시간만큼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주도하는 독서만큼 강력한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게임과 SNS에 시간을 허비할 때, 창재는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고, 2배는 빨리 성장하게 됩니다.

 

셋째, 창재는 도전하는 것을 즐깁니다. 대부분의 영재는 시키거나 떠먹여주어야 시도합니다. 하지만 창재는 방향을 대강 알려주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해 나갑니다. 새로운 도전은 경험과 성장을 가져두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새로움을 즐깁니다. 늘 새로운 것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고쳐야할 점을 체크하고, 점점 성공확률을 높여 갑니다.

 

'영재'라는 말에 갇혀서 더 큰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이상 사회와 주변의 경쟁과 시선에서 영재를 바라보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가진 스펙보다는 내가 과연 진정한 창재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합니다. 경쟁 중심, 선발 중심에서 남을 이기면, 남보다 앞서면 된다는 생각은 어느 순간 더 뛰어난 상대를 만났을 때 한계를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창재는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길을 나아갈 뿐이죠. 스스로 삶의 방향과 목표를 결정하고, 그것에 맞추어 진정한 실력을 갖추어 가는 사람만이 영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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