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동아리 활동이란?
2-1. 나는 동아리활동에 미쳤다
"미쳤다."
"곧 지칠거야."
"너무 욕심부리지 마."
동료 선생님들 중에 나를 조금 위해주신다는 분은 대개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교사 생활 30년을 버티려면 멀고도 긴 싸움인지라, 처음부터 열심히 하면 지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지금도 동아리 활동을 할 소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책을 읽고, 연구하고 있다. 처음부터 어떤 목표와 방향이 있어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냥 하나하나 도전하고 성취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고나 할까? 대개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에는 실패와 끊임없는 도전, 열정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사실,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 활동은 원래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해왔던 것이라 선생님이 되어서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동아리 활동과 교직을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7년 동안 교사로 생활하면서, 단 한 번도 동아리 활동을 대충 지도해본 적이 없다. 매년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했다. 주말과 늦은 밤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과 땀을 흘렸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내 과거를 조금 이야기해야겠다.
미술동아리(초), 합창동아리(중), 과학동아리(중), 독서동아리(고), 다시 합창동아리(고), 다시 미술동아리(고), 야학동아리(대), 축구동아리(대) ......
초등학교 입학 이후, 동아리 활동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과학동아리 활동은 대충했지만, 나머지 동아리들은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당시 미술 선생님은 화실을 운영하고 계셨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저를 보시고, '매우 동양적인 인상이다.'라고 하시면서,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인 '윤표‘와 함께 매일같이 화실에 들리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모델처럼 앉아 있다가 끝나면 연필을 들고 그림을 배웠다. 손에 묻었던 흑연 냄새가 그렇게도 좋았다. 화실 분위기도 좋았고,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도 참 좋았다.
그렇게 동아리와 인연을 맺은 후, 나는 미술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중학교 시절, 미술 대회에서 줄곧 입상을 했고, 고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께서 재능이 보인다고 우리 부모님을 설득하시러 오실 정도로 난 그림에 열중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미술에 높은 재능을 보인 것 같지는 않은데, 잘 될 때까지 다시 그리는 근성을 높이 사셨던 것 같다. 유화를 그리도록 숙제를 내주셨는데, 나는 'B'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그때 그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만족할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5번을 다시 그려서 결국 'A+'를 받아내며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은 매우 열정적이셨다. 매일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합창을 지도해주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같이 우리를 지도할 수 있었을까’ 지금 교사가 되고 보니 그분의 열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조그만 실수에도 크게 호통을 치시고, 조금만 늦어도 우리는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립싱크를 하면 단번에 알아보시고 혼을 내셨기에 우리는 대충할 수도 없었다. 여러 차례 합창 대회에 참가했는데, 우리는 무대에 서면 늘 긴장했다. 밝은 조명 아래 무대를 오르면, 관객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깜깜한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해냈고 또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3년간 활동하면서 연습을 수천 번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무대에 처음 섰을 때의 기억과 음악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남아있다.
고교 시절,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했다. 당시 평택 시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활동에 참여했는데, 당시 송은희 사서 선생님께서 지도를 맡아 주셨다. 내 인생의 뿌리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도 모두 그때의 활동 덕분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을 얻었다. 매달 2번 만나는 모임이었지만, 늘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주제를 설정해서 토론을 했다. 내가 지금 말과 글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도 그 동아리 덕분이다. 동아리 활동을 마칠 즈음에는 '청소년문화제'라는 공연을 하였는데, 준비하면서 성취감, 희열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 중심에는 늘 열정적인 선생님이 계셨다. 그 분들의 열정에 감동했고, 그분들이 나를 키워주셨다는 확신이 있다. 지식은 교과서와 교과수업을 통해서 배웠지만, 성취감, 끈기, 도전정신, 열정, 우정 등은 동아리를 통해 배웠다. 난 그런 열정을 발휘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고, 그분들처럼 동아리를 잘 지도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내가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창 무대에 서며 긴장감을 이겨냈던 자신감, 그림을 수없이 다시 그리면서 얻은 인내심과 끈기, 토론을 하며 배운 말하고 설득하고 표현하는 법은 나를 크게 성장시켰고, 열정적인 교사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 난 동아리 활동에 미쳤다.
동아리 활동이 이렇게 중요한 거라고 말하는데도, 많은 학교들이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대충 때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선생님들을 지켜보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생긴다. 동아리 활동을 강조하는 책이 아직 세상에 없기에, 이 책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2013년에 작성된 자료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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