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동아리활동이란
2-3. 라오스를 다녀온 후, 라오스 동아리를 만들다
항상 도전은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라오스’를 가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꿈을 꿀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면 말이다.
2012년 말, 나는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학생을 지도하여 우수한 결과를 올렸으며, 곧바로 충청남도에서 우수교원으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라오스’로 국외연수를 다녀오는 기회를 잡았다. 2013년 1월의 어느 날, 비행기에서 내려 바라본,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의 첫 모습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를 연상케 했다. 물론, 나는 70년대만을 아주 조금 경험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다른 나이 많으신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이튿날은 ‘비엔테엔’에서 버스로 4시간 멀리 떨어진 ‘방비엔’으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현지 학교를 견학할 수 있었다. ‘방비엔’ 시내에서 30여분을 트럭 위에 올라타고 이동했다. 굽은 산길을 꼬불꼬불 지나서 만난 곳은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였다. 운동장은 우리 학교의 20분의 1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였으며, 축구골대는 대나무를 엮어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작은 교실 3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대략 100여명을 훌쩍 넘어 보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허름하고 때에 찌든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어가 쓰인 옷을 입은 반가운 학생도 있었으며, 몸에서 오래 묵은 땀 냄새가 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는 가져온 과자와 학용품을 나누어주면서 아이들과 한동안 교감하고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보낸 후 떠나려고 운동장에 나와서 인사를 하려는데, 문득 운동장 한 구석에 뼈대만 서있는 건물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질문을 던졌다.
“저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죠?”
“과거 저희 학교를 방문했던 한 한국인이 건물을 지어 주던 것인데, 뼈대만 만들어 놓고 연락이 끊어진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자, 나는 순간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나도 모르게 한국인이 그랬다고 하니 얼굴이 빨개졌다. 돌아오는 내내, 나는 그 일이 신경이 쓰였다. 내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그 건물을 완성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데다가 비가 많이 내리는 아열대성 기후다. 일 년 내내 춥지 않고, 자연재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벽돌을 1겹으로 4면을 쌓고, 창(문)과 지붕만 만들면 건물이 완성된다. 대략 물어보니, 우리 돈 500만원 정도면 교실 1칸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문득, 나는 책의 인세 일부를, 학교를 지어주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부하기로 결정을 했고, 이 책의 판매 수익 일부는 라오스 ‘방비엔’의 시골 학교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당시에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은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하겠지만,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여행을 마친 후, 다른 선생님과 함께 라오스를 지원하는 학생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학생들이 가보지 않은 나라지만, 내가 느낀 것을 말하고 홍보하였더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쁜 나를 대신하여 주도적으로 해보겠다는 선생님도 생겼다. 그렇게 탄생한 동아리의 이름은 ‘누리보듬’이다. ‘세상을 보듬고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누리보듬’ 동아리는 우리 학교의 이경민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하여, 15여명의 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학기 초 ‘현대차정몽구재단’에서 공모하는 ‘온드림스쿨 동아리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어 200만원의 활동비도 받았다. 대략 활동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다문화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라오스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특히, 라오스는 오랜 기간 태국의 식민지를 지내면서,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비교하며 가르쳐 주기 좋았다.
그리고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농업교육을 하는 NGO인 ‘생명누리’의 정호진 대표를 초청하여, 글로벌 나눔과 기부에 대해 깊이 있게 토의해 보았다. 또한, 대표 학생은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비즈쿨 창업리더십 캠프’에 보내,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다른 동아리들과 함께, 학교 내에서 벼룩시장을 개최하여 기금을 마련하였다. 현재, 얻어진 수익으로 학용품을 구입하고, 재생용지 노트를 만들어 라오스 시골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라오스의 우편시스템이 좋지 않아, 보내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누리보듬’ 학생들이 보낸 편지가 곧 답장이 되어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야 할까?’, ‘어떤 동아리를 만들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내 마음에 드는 동아리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경험 안에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라오스를 다녀온 후에 동아리를 만든 것과 같이 말이다. 내가 읽은 책에서, 내가 본 영화에서, 내가 들은 강의에서, 내가 체험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가 동아리 활동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조언을 바란다면, 이 책을 처음부터 꼼꼼히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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