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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이야기/학교동아리활동 이야기

2-4 중학생들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떠나다.

by 오랑쥐 2021. 5. 18.

Part.2 동아리활동이란

  2-4 중학생들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떠나다.

 

만약에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을 일본 ‘도쿄’ 시내 한 복판에 데려다 놓는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부모라면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은 담대하고 잘해냈다. 나는 한때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시도를 해본 적이 있었다. 중학생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떠난 셈이다. 물론, 몇몇 선생님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팀별로 여행지, 일정, 이동경로, 경비 등을 계획하는 것은 모두 아이들 몫이었다.

 

“일본어 해석이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이 대신 해 주세요.” 이런 식의 반응이 처음에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았다. 인터넷으로 일본 관광 정보를 검색하니, 너무나 좋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혹 일본어로 된 자료라고 하더라도, 구글 검색기를 이용해서 간단히 번역할 수 있었다. 스마트한 세상이다보니,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정보가 없었다. 물론,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아이들과 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 서점에도 함께 가게 되었다. 먼저 일본에 관해 소개된 책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 가이드북에서부터 일본의 음식, 역사, 문화, 경제, 사회 등 많은 것을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대부분 가이드북을 구입했지만, 아이들끼리 서로 다른 책을 구입하면서, 더욱 다양한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 물론 그중에 문화나 역사에 관한 책을 찾아 관심 있게 읽어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함께 책들을 읽고,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토의를 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었지만,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였다. 아이들끼리 자주 만나서 계획을 짰고, 때로는 내게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만나기도 했다. 물론 3쪽 정도의 아주 간단한 여행계획서였지만, 그 속에는 우리 팀 아이들이 어떤 곳을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할 것인지, 무엇을 보고 올 것인지 등등 여행의 목표와 방향이 잘 설정되어 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목표가 현실에 부딪히면서, 계획대로 안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신오쿠보’ 거리에서 한참을 헤매고, ‘우에노’에서 ‘도쿄대’를 찾다가 두 그룹으로 갈라져서 또 한참을 헤매고, 이런 일들을 반복하면서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직접 세운 계획이 많이 일그러졌지만,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 계획과 실행의 차이를 이해해 가는 듯 했다. “직접 찾아가려니, 다리도 많이 아프고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걸려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오늘 밤에는 내일 계획을 수정해야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얻은 것이 있다. 스마트폰에만 갇혀 사는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일본지하철 노선도를 찾고,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만 하던 녀석들에게 이런 새로운 경험은 스마트폰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보도록 도와주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참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 거리는 참 깨끗해요.”, “일본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어요.”, “일본은 철도가 매우 발달해 있어요.”, 등등 아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경험이란 이런 것이다. 간접경험보다 왜 직접경험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비록 책만 읽어도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경험하지 않고는 진정성 있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분명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느꼈다.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받으면서, 더욱 진지해진 서연이, 어른스러워진 범석이, 자신감이 생긴 민영이 등 눈에 띄는 변화들이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배낭여행에 초등학생들도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중학생들을 담당했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 아이들도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외국을, 그것도 본인이 스스로 계획해서, 그것도 초등학교 때 나가본 경험을 가진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경험인지 시도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다. 어린 나이에 이런 큰 경험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우리의 배낭여행 프로그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고, 여러 나라를 두루 다녀왔다, 매번 아이들은 바뀌었지만, 일본을 시작으로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다녀왔다. 비교적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을 골랐다. 여행 중간에 아이들이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벌써 5년째 이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남과 다른 경험은 자신감을 높여준다. 우선, 남이 가보지 못한 곳을 나는 먼저 가봤기 때문에 얻는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사회, 역사, 세계지리 시간에 ‘일본’이라는 나라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훨씬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문화 시대에 가장 효과가 높은 다문화 교육 방법은 그 나라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아이들 가슴속에 남는 것은 성취감일 것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배낭여행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볼 것은 조심스럽게 권한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이 되겠지만, 의외로 참가하려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수학여행 형식이 아닌, 소규모의 동아리 단위 프로젝트를 계획해보자.

 

동아리 활동은 자신감을 높여주고,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배낭여행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