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동아리활동이란
2-5. 신두리 사구는 우리 동아리가 지킨다
"강이 깊을수록 생물종은 다양해질까요? 그러지 못할까요?" 우리 학교를 방문한 공주대 유영한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그거야 당연히 강이 깊어지면 공간이 넓어지니까 생물이 많아지겠죠." 환경상식에 무지함이 탄로 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담수 어류 고유종 대부분은 깊이 50센티미터가 넘으면 살지 못한다. 습지가 깊을수록 살수 있는 생물종은 줄고, 멸종위기에 놓이는 생물은 늘게 되는 셈이다.
강연을 들을 때 태안 바닷가는 초비상이었다. 기름유출사고로 바닷가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얕은 갯벌에 살고 있을 수많은 생물들이 걱정됐다. 마침 바닷가로 방제작업을 갔을 때, 해안사구로 날아드는 기름 덩어리를 막기 위해서 쳐 놓은 그물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무엇인가 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하며 신두리 해안사구를 돌며 다양한 생물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2009년 늦은 봄, 김광현 학생이 신두리 사구 탐사 동아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내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고, 생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 여덟이 모였다. 동아리 이름을 '녹색사랑'으로 정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접근하기 쉬운 생물탐사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신두리 사구는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고, 토양이 독특해서 희귀한 생물환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물들은 물이 부족하여 뿌리를 깊고 넓게 퍼뜨리는 특징이 있었고, 특히 순비기나무는 기는줄기를 사방으로 뻗어 엄청나게 번식하고 있었다. 갯방풍, 갯메꽃, 여뀌, 며느리밑씻개, 모래지치, 해당화, 겹달맞이꽃, 사철쑥, 초종용같이 다양한 식물들이 발견되었다. 그 가운데 초종용은 사철쑥에 기생하는 독특한 식물로 세계에서도 희귀한 식물이다. 과거에 신두리 사구가 초종용 최대 군락지였다지만, 우리는 한 개체밖에 발견할 수 없어 매우 안타까웠다. 그 밖에도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맹꽁이, 개미귀신(명주잠자리 유충), 주홍거미 같이 다양한 동물들 군락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표범장지뱀은 환경부 지정 보호종이며, 금개구리는 포식자(황소개구리) 등장과 환경오염으로 거의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김재덕 학생은 조사 보고서에 생물 다양성 문제를 정리하면서 '인간도 생태계 일부이며, 생물다양성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욕심과 환경파괴가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지적하며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두고 우리는 신두리 사구 생물에 대한 홍보활동과 신두리 사구 지키기 1000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포럼, 서산과학싹 잔치를 비롯하여 서산, 태안 일대의 관공서, 학교, 광장, 시장을 방문하여 서명운동을 했고, 지역 신문에 삼십여 차례 활동상황이 보도됐다. 또한 환경보전협회가 지정한 제4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리더로 활동하면서 에코워커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홍보활동도 펼쳤다.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함께했던 우리 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감해주었다. 그 결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YSC 제9회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는 계속 녹색사랑 도앙리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환경문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저는 막연히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생태계에 관심ㅇ르 가지게 되었고, 환경생태학자가 되어 생태계 보전가치를 연구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정했어요."라고 김광현 학생은 말한다. 권현준 학생은 "텔레비젼에서 4대강 사업 토론회를 여는데, 저도 할 말이 많더라구요. 앞으로 환경보전에 앞장서겠어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신두리 사구는 지금 조금씩 개발되고 있다.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생물들의 터전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내린다. 김춘수의 시 '꽃'의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신두리 사구에 사는 다양한 생물의 이름을 불러주었는가. 우리가 그 존재를 한 번쯤 생각해보고, 존재 가치를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4대강 사업, 간척사업, 골프장 건설 같은 개발을 하기 전에,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할 일이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교육에 대한 이야기 > 학교동아리활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 (0) | 2021.05.23 |
---|---|
3-1. 1명이 주인공이면 99명이 들러리일 뿐이다 (0) | 2021.05.19 |
2-4 중학생들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떠나다. (0) | 2021.05.18 |
2-3. 라오스를 다녀온 후, 라오스 동아리를 만들다 (0) | 2021.05.18 |
2-2. 고마운 사랑의 열매 (0) | 202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