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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이야기/학교동아리활동 이야기

3-4. 세상의 지식은 요약되어 있지 않다.

by 오랑쥐 2021. 5. 23.

Part.3 왜 동아리활동인가?

  3-4. 세상의 지식은 요약되어 있지 않다.

 

요즘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시험기간이 되면 문제집을 풀기에만 바쁘다. 아무리 이번 중간고사를 내가 출제했으니까, 내 말을 들어야한다고 한들, 교과서만 공부하라고 한들, 아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문제만을 풀고 있다. 문제집은 교과서 공부를 마친 후에 스스로 점검하는 수단이라고 수없이 강조하지만, 항상 소용없다. 요약된 정보가 편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스스로 정리하는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학원에서 문제집으로 배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에만 길들여진 탓인지, 도무지 집중을 못한다. 일과 중 걷어두었던 휴대폰을 종례시간에 나눠주려고 하면, 싸우려는 기세로 낚아 채간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서를 하는 아이들은 크게 줄었으며, 대부분 아이들은 책의 활자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터치하고, 움직이는 것에는 격렬하게 반응하다가도 정지된 글자를 보면 이내 집중력과 흥미를 잃어 버린다.

 

‘세상의 지식은 요약되어 있지 않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

 

내가 고교시절 독서토론동아리 활동을 할 때, 송은희 은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그때는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삶을 살아나갈수록 점점 깊이 있게 이해가 된다. 인생은 끝없는 자기 인내의 과정이고, 노력의 과정이라는 사실에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취업하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배워나가야 할 정보들은 누가 요약해서 제시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야 함은 물론이고, 스스로 요약하고 배워야 한다. 서술적인 정보들이 99%라면 학원처럼 요약해서 가르쳐주는 것은 1%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과목을 배운다. 그런데 인생은 애초부터 과목이 나뉘어 있지 않다. 인간관계, 리더십, 가치관, 직업관, 행복, 사랑, 성공 등으로 나누어 부르기는 하지만, 인생은 이런 것들이 종합되어 나타나는 복합 예술이기 때문에, 본디 나누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요약된 정보와 가공된 정보에만 적응해 있으니 참 위험한 일이다.

 

이쯤에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가야겠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동기유발이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이 서술적이든지, 요약적이든지 간에, 아이들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배워나갈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해결되는 것이다.

 

지금의 학교 문화는 매우 결과 중심이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학생의 특성과 능력을 판단하고 결정해 버리기 때문에 아이들의 잠재가능성을 잘 보지 못한다. 이제는 과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학교생활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보아야 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싶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는 그 시작이 동아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아리활동이 앞으로 학교에서 주목받아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자기와 같은 관심을 가진 친구들과 관심 있는 활동을 하면서 배움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동아리 활동이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은 모두가 똑같은 과목을 동일하게 평가 받지만, 동아리 활동은 획일적이지 않다. 따라서, 당연히 결과 중심 평가일 수 없고, 그 과정을 볼 수밖에 없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등등 그들이 겪어내는 과정 속에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된다. 동아리 활동을 교과수업과 같은 수준의 중요도를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충 때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아마도 70%는 넘을 것이다. 이제는 동아리 활동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볼 일이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이 정상화 되도록,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더욱 많아지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동아리 활동 연수를 강화하고, 교사 개개인의 지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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