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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이야기/학교동아리활동 이야기

3-5. 동아리활동은 교과수업과 다르다.

by 오랑쥐 2021. 5. 23.

Part.3 왜 동아리활동인가?

  3-5. 동아리활동은 교과수업과 다르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동아리활동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가만히 교사에게 맡겨 두면 되는 자투리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동아리활동 시간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교과수업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자습시간 정도로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동아리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은 교과 수업과는 구분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로 인식되어야만 한다.

 

동아리 활동은 교과수업과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교과수업을 통해 배울 수 없는 것을 동아리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나는 이쯤에서 동아리 활동이 교과수업과 달리 가진 장점들을 독자들에게 꼭 각인시켜 주어야겠다.

 

첫째, 교과수업은 교사 주도적이지만, 동아리 활동은 학생 주도적이다. 교과수업은 선생님이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선생님이 정한 학습목표가 있으며, 학생들은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은 학생 주도적이다. 배우고 학습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수업이 교사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그것은 동아리 활동의 바람직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같은 학급 학생이라도 관심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아리활동은 다양할 수 있다. 꼭 이것을 배워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없기 때문에, 학생의 관심사 중심으로 편성할 수 있다. 각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훌륭한 동아리 활동이 될 수 있다.

 

둘째, 교과 수업은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지만, 동아리 활동은 교육과정이 없다. 교과수업에 교과서가 있다면, 동아리활동은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배울 것을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교과수업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동아리활동은 강제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다. 학생의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언제든지 배울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셋째, 교과수업은 시험이 있지만, 동아리 활동은 시험이 없다. 교과수업은 시험결과에 연연해 할 수밖에 없다. 성적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기 때문에 낙오자가 생길 수 있고, 패배감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은 시험이 없기 때문에 경쟁이 없다. 물론 학생마다 성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해 나가기 때문에 더 즐길 수 있고, 도전적일 수 있다. 경쟁에 자유롭기 때문에 협력적이다.

 

넷째, 교과수업은 개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어렵고, 개인의 자율권이 중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아리활동은 개인의 관심사가 반영될 수 있고 학생 개인의 자율권이 중시된다. 교과수업은 항상 교사가 있지만, 동아리활동은 교사가 없어도 가능하다. 교과수업이 가르침 중심이라면, 동아리활동은 배움 중심이다.

 

동아리를 7년간 지도하면서, 항상 안타까운 것이 있다. 동아리 활동을 바라보는 학교와 교사의 태도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교사 주도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충 때우는 시간 정도로 안다는 것이다. 국·영·수 등 주요 교과목과 시험 성적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동아리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교과서와 시험이 없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특징들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다. 없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니까 교과 수업보다 2배는 더 노력해야 하고, 시험이 없기 때문에 훨씬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수업 준비하기도 힘든데, 동아리 활동까지 열심히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보았다. 언제는 기필로 그런 선생님을 설득하고 말테다 하는 생각이 이렇게 책을 쓰도록 만들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창의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창의성은 줄어든다고 한다. 가장 창의적이고 순수할 때가 바로 청소년기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보자. 학교가 동아리활동을 계획하기 전에, 교사들이 동아리를 개설해서 제시하기 전에,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말이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찌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쉽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에게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해보자.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학교가 도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잠재된 능동성과 창의성을 깨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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