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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과학실/과학기술 진로 이야기

5-1. 초등학교, 중학교 성적에 올인하지 마라

by 오랑쥐 2021. 5. 9.

Part.5 이공계 진학 사용법

  5-1. 초등학교, 중학교 성적에 올인하지 마라

 

얼마전 자사고 입학을 담당하는 한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학교 내부 정보이니 사진 찍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특별한 자료를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입학 당시 성적과 3학년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한 표였는데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비교한 자료를 보니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입학 당시 상위 20등까지 학생 중에, 고3 모의고사 성적 상위 20등 안에 든 학생은 불과 2명에 불과했습니다. 입학 당시 1등이었던 학생이 110등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나 그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중학교까지는 정말 잘했었는데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슬럼프가 온 것 같습니다. 그건 슬럼프라기 보다는 진짜 실력이 들통난 것이지요.

 

중학교 성적이 과연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통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물론 아주 예외적인 학생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성적 순위가 크게 바뀝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학습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교과목마다 수준은 높아지고, 배우면 배울수록 이전 것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복습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이어갈 수 없습니다. 이전 것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버리기 때문입니다.

 

중학교는 매 시험때마다 성적관리를 잘 하면 됩니다. 그때 그때 단기전을 잘 치루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등학교는 다릅니다. 모의고사와 대입 수학능력시험은 시험 범위가 누적되어 출제되기 때문에 학기를 거듭할수록 시험범위는 계속 늘어납니다. 항상 고1 처음부터가 시험범위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은 다릅니다.) 따라서, 스스로 체계적인 학습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성적은 쉽게 떨어지게 됩니다.

 

중학교는 선생님이 출제하는 방식과 요점에만 집중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요령이 통할 수가 있는 거죠. 뉘앙스와 행간을 잘 읽을 줄 알면, 시험성적도 잘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완전히 다릅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은 소속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제대로 평가받는 경쟁을 하게 됩니다. 요령이 통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시절, 좋은 머리만 믿고 '벼락치기 유형'의 공부를 했던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공부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고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중학교 성적은 리셋이 됩니다. 중학교 성적은 어디까지나 고교 입시를 거치고 나면 전혀 필요 없는 성적이 됩니다. 중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현명한 부모라면 중학교 성적에 너무 연연헤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특수목적고 입시를 생각하신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는 수학, 과학 성적을, 외국어고등학교는 영어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1학년부터 성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중학교 시기에는 멀리 보는 교육을 하셔야 합니다. 당장 몇 점이고, 몇 등인가는 제쳐두어야 합니다. 오히려 멀리 바라보며 탄탄한 실력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수학능력시험이나 모의고사는 한 문항의 길이가 매우 길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평상시 탄탄한 독서를 통해 읽는 속도가 빠르고 이해력이 좋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매우 유리합니다.

 

지난 추석에 고교 선생님이신 작은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에 풍부한 독서를 한 학생은 결국 성적이 크게 향상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수학능력시험은 지문이 길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이해하는 학생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30년째 고교 담임을 맡고 계신 작은 아버지의 말씀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10년여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독서를 많이 하는 학생들을 보아왔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그래도 독서를 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임, SNS가 막강한 경쟁자가 되어, 시간 여유만 생기만 아이들은 책 대신에 스마트폰을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습니다. 아침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 여유가 있을 때면 조금이라도 더 책을 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중학교 시절 담임을 맡았던 김광현이라는 학생은 과학, 역사, 철학, 고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독서를 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과학동아리 회원이기도 했는데요. 항상 자기 목표와 주관이 뚜렸하고 목표의식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목표와 꿈에 관련된 책이라면 꼭 읽어보고, 제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곤 했지요. 한 번은 환경 오염으로 사라져가는 생물 종을 보존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대학 입학을 했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생물 자원 은행을 설립하여 경영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더군요. 광현이 처럼 독서를 많이 하던 학생들은 항상 남들보다 자신의 삶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진짜 멀리 보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시험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만, 당장의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에는 성적에 연연해하지 말고 미래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풍부한 독서, 꿈과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 흐름을 볼 줄 아는 능력, 충분한 글쓰기 경험, 토론이나 발표 경험, 다양한 동아리 활동, 훌륭한 봉사활동 경험, 자기주도학습 능력 등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잘 잡아놓아야 합니다. 당장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공부를 이끌어가면서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멀리 보는 공부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당장 친구와 비교하게 되고, 부모 입장에서는 옆 집 자녀와 비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에 초연해지기란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학교 사회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금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자신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오래 가는 기초적인 능력을 탄탄히 쌓아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성공을 맞이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 교과 공부는 학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가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독서 습관을 확실히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독서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순간에서 난관이 찾아오면 또 책을 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과 친해진 사람은 평생을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