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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이야기/학교동아리활동 이야기

3-7. 경험을 디자인 해라

by 오랑쥐 2021. 6. 2.

Part.3 왜 동아리활동인가?

  3-7. 경험을 디자인 해라

 

'융합은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정석이 길이다.'

이평세 버클리 대학 교수가 한 말이다.

 

  다양성, 다름, 경험이 중요한 가치가 되며, 앞으로 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융합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왕성한 호기심이다. 다양한 지식과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상상력, 통찰력,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도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다양한 경험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자녀로 아르헨티나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유럽과 남미 문화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어느 때보다도 경제 위기, 종교 갈등, 전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상황에서 그것을 통합할 인재가 필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진 다양성과 경험은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화합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요즘 교육계에 각광 받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다문화'이다. 국제 결혼, 이민,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 등과 맞물려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배타적인 우리 문화 때문에 소외되거나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종종 발견할 때면 너무나 안타깝다. 다양성이 뜨는 시대에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을 비난하거나 질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오히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사회 통합을 이끌어 낼 중요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나루케 마코토'의 독서법은 좀 특이하다.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여러 권은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는 점이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내용이지만, 문득 문득 연결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에서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생한다고 하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영감을 얻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죽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니,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겠다. 우리 학교교육과 연결해야 제 뜻을 모두 전달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처럼 태어날 때부터 다양성을 가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양성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 가는 법이다. 세상에 워낙 많은 직업이 있고, 하루에도 수많은 직업이 만들어 지는 요즘에 다양성의 중요함을 더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만들 것인가. 우리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다양성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경복궁'을 책으로 본 아이, 사진으로 본 아이, 직접 가 본 아이는 분명 역사 수업 시간에 경복궁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다. 음악을 들어본 아이, 음악을 연주해본 아이, 음악을 작곡해본 아이는 분명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 다를 것이다. 또한 책을 읽어 본 아이와 책을 써 본 아이가 다를 것이며, 앱을 사용해 본 아이와 만들어본 아이가 다를 것이다. 해 본 아이와 안 해 본 아이는 다르며, 해봤더라도 어디까지 시도해 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 하고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다양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지 디자인해야 한다. 왕성한 호기심을 심어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스마트폰에 빠져 남는 시간을 온전히 게임과 SNS에 몰두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경험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스마트폰보다 경험하고 싶도록 왕성한 호기심을 불어 넣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경험에는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이 있는데, 모두를 잘 디자인 해야 한다. 간접 경험은 주로 책과 수업을 통해 이루어 지는데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하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어령 교수는 '책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책은 누가 골라서 추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골라나가는 것이란다. 친구는 누가 골라주고 강요해서 사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로 아이들 스스로 받아들이고 친해져 가는 것이다. 학교는 책과의 우정이 생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요즘 학교의 행태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너무 많다. 학교 평가에 학생의 독서 실적이 반영된다는 이유로 독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상품을 내 걸고 학급끼리 경쟁을 시켜 독서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또 다른 학교는 없는 독서 실적을 허위로 만들어냈다고 하니 얼마나 왜곡된 현실인가. 그런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 속에 많은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꼭 해봐야 한다.

 

  직접 경험은 예산 문제에 부딪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당장 '경복궁' 한 군데만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버스를 빌려야 하고, 점심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등 학교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인마다 다양한 수요를 모두 반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 전체적으로 직접 경험을 제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동아리 단위별로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학교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동아리 단위라면 훨씬 능동적이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경험을 개별화할 수 있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몇몇을 모으고 동아리 활동을 하게 해 보자.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도록 하며, 그 분야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활동하는 동아리들이 많아질수록 학교는 보다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지금의 학교에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동아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동아리 활동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 아이들의 경험을 잘 디자인 해주어야 한다. 수업에 전문가는 많지만 아직 동아리에 전문가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앞으로 동아리 전문가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과 다양성을 키우는 열쇠가 바로 동아리 활동에 있다는 점을 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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