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왜 동아리활동인가?
3-9. 나만의 강점을 찾아라
'00는 참 괜찮은 아이예요. 예의 바르고 착하며 능동적이고 훌륭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성적만 조금 좋으면... 고등학교 진학이 걱정이에요.'
우리 학교에는 00라는 학생이 있다. 아침마다 전교생이 그 날 변경된 시간표를 볼 수 있도록 봉사 활동을 하는 아이인데,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는 모범적인 학생이다. 거기에 예의 바르고 모든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니 많은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늘 00를 칭찬할 때면 따라붙는 말이 있다. 중학교 3학년이다 보니,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00의 성적이 문제가 되었다. 인성 면에서 참 좋은 아이지만, 성적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진학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00는 진학 목표가 확실했다. 자신의 수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상업고를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두들 의아해 했지만, 00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올해 우리 학교는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비즈쿨 지원사업 대상이 되었다. 12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청소년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를 운영했다. 00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또 외부에서 운영하는 비즈쿨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00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이번 두 차례의 비즈쿨 캠프를 참여하면서, 제 안에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에 감동했고, 그래서 저는 비즈쿨 학교로 지정된 00여자상업고등학교로 진로를 결정했어요.'
학교 입장에서 청소년 창업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거기에 더해 중학교에서 한다니 어딘가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능동적이었고 잘 따라왔다. 기존에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00의 목표를 분명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강점을 찾을 수 있었다.
왜 우리는 항상 학생을 평가할 때, 성적으로 평가할까. 능동적인 태도와 훌륭한 인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은 성적을 빼놓지 않는다. 나는 학생을 판단할 때 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의 성적을 일부러 보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성적을 보는 순간 내 안에는 편견이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성적 좋은 아이가 인재라고 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인재가 될 아이는 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걸어보면 다양한 커피숍을 만날 수 있다, 브랜드, 인테리어, 커피 가격, 메뉴, 종업원 복장 등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다. 빵집을 들어가 보면 빵의 종류 또한 얼마나 많은지. 저마다의 특징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지금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으로 넘쳐 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다양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청소년을 바라보는 눈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성적이라는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려고 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바른 아이고, 성공이 보장된 아이라는 공식을 믿고 있다. 세상은 한없이 다양성을 요구하고 변해가는데 아직도 우리는 과거의 성적 중심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세상은 모두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내가 가진 강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훨씬 시대에 맞고 현명한 일이다. 모두가 스티브 잡스를 닮고자 한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똑같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다르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고 가치 있는 법이다.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다. 곧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존재다.
영화 '쿵푸펜더'의 주인공 포우는 성공의 비결을 알고자 용의 비서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용의 비서에 담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비법이란 본래 자신 안에 있었기 때문에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포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만들 국수를 특별하다고 여기는 게 곧 비법이라면 비법이지.' 결국 비법은 자신 안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특별하게 여기는 노력이 곧 성공의 비법이다.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10가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러 지능 중 다른 지능에 비해 유독 뛰어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강점이 된다고 한다. 남과 다른 차별화된 지능을 발견하고 그것에 투자할 때 더욱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00가 상업고등학교를 진학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참 인성은 좋은데 성적이 너무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을 통해 자신의 갈 길을 발견한 00를 키워줄 곳은 바로 그 학교밖에 없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내가 발견한 강점과 하고 싶은 욕구를 계속 이어가게 해 줄 그런 경험이 중요하다. 00에게는 그런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학교가 곧 내 학교가 되는 것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모두 성공했는가. 성적에 맞추어 진학하고, 성적에 맞추어 얻은 직장이 과연 지금 행복한가. 행복이란 성적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내 안에 숨겨진 재능과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진로와 직장이 결정되어야 비로소 행복한 것이다. 신입사원 이직률이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 방황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 강점은 무엇인가. 주인공 포우가 그랬던 것처럼 먹는 것도 자신의 강점일 수 있다. 본래 잘 가꾸고 단련하면 강점이 되는 것이고, 그냥 방치하면 재능도 사라지는 법이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강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강점이 발견되는 그런 학교가 늘어나야 한다.
2013년에 작성된 글임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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